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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OS AIRES, ARGENTINA 2015.05.15-17
새똥테러 당한 날, 결혼반지를 다시 사다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과 멋진 분위기,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우리에게 여행으로 참 완벽한 도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지만 여느 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치안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매우 긴장하고 다녔다. 여기저기서 만나는 여행자들에게 주워들은 아르헨티나의 특수한 절도법(?0이 바로 '새똥테러'였다. 진짜 새똥을 모아서 뿌릴 리는 없겠고, 뭔가 이상야릇한 냄새가 나는 것을 제조해서 새총에 넣고 표적을 향해 총처럼 쏘는 것ㅇ이다. 그리고 여행자가 당황한 사이에 '내가 도와줄까? 휴지 여기있어 닦아' 하면서 닦아 주는 척 하면서 귀중품과 가방을 뺐어 가는 수법이란다. 호스텔에서 만난 분의 지인도 당해서 여권도 잃어버리고 했다는 말도 들어서 조심은 하고 다녔다. 그런데 우리도 그 일을 당하고 말았으니... 결론 부터 말하자면 테러는 당했으나 살아남았다. 8개월이 넘게 지난 지금도 그 '역한 새똥의 냄새'가 기억나는 것 같다.
오늘은 '아르헨티나 대통령 궁'과 '에바페론 묘지'를 가기로 했다. 이 도시의 지하철이 잘 되있긴 한데 버스 노선이 보기 어려워서
우리는 호스텔에서 열심히 걸어다녔다. 일요일에는 대통령궁 입장이 무료라고해서 아침부터 일찍 서둘렀다.
주말 장터도 구경하고 사람이 많이 없는 길을 걸어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순박하게 생긴 아저씨가 내 카메라 가방을 가르키면서 뭐라뭐라해서 보니까 무슨 돼지표 본드같은 것이 묻어있었다.
냄새를 맡으니 희안했다. '이게 뭐지?' 하는데 역시나 순박하게 생긴 아줌마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면서 나에게 건냈다.
순간 스친 생각이, '여기서 며칠 지내보니 이렇게 친절한 곳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괜찮다 했다.
근데 남편이 하는 말이 '자기 등에 뭐가 잔뜩 묻었어.' 하는데 남편 옷과 머리를 보니 역시나 본드같은게 가득 묻어있다.
"이게이게.. 그 새똥테러구나..." 하고 혼비백산이 되어서 그 아줌마 아저씨를 뒤로하고 마구 뛰어왔다.
아마 건물 옥상이나 다른 곳에 한두명이 잠복하고 우리를 향해 쐈나보다.
근데 그날따라 놀러갈생각에 너무 설레고 신기해서 우리가 새똥을 맞는지도 모르고 구경했더니,
순박한 아저씨가 친히 알려준 덕에 다행이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다행이라고는 하지만 그 순간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고, 그 냄새를 형언할 수 없는데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다. 썩은 내 같은것이.. 화학약품 냄새 같기도하고... 며칠을 지워지지 않았다.
다시 호스텔에 가기엔 멀리왔고 대통령궁 화장실에 가서 나와 남편은 입고 있던 옷을 빡빡 빨고 가방이며 머리에 묻은 것을 씻어냈다. 잘 씻기지도 않고 냄새가 계속 남아있었다. 이전에 만났던 분들을 대통령 궁에서 만났는데 우리가 얼굴이 허옇게 질려있으니 무슨일이냐 물어봐서 이러이러 설명했다. 아는 분들은 당하지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웃기기도하고 뭔가 허술한 수법인 것 같다.
어쨌든 남의 것을 탐내고 해를 가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
그리하여 정신을 가다듬고 우리는 우리가 할 것을 하자! 라고 생각을 해보니
이미 대통령 궁에 와있었다. 공무원 같은 분이 설명도 해주시고...
에스파뇰이라 알아듣진 못했지만 그룹을 졸래졸래 따라다녔다.
남미 원주민들의 역사와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전시해 놓았다.
페루에서 아래로 내려올 수록 원주민들의 얼굴이 옅어지고 유럽인의 얼굴과 비슷해졌다.
새똥테러 당해서 대통령 궁에서 머리감았어요~ㅎㅎ
아직도 인기가 많은 후안페론과 그의 부인 에비타 '에바페론'
에바페론의 미모가 출중했다하는데 사진들을 보니 정말 그랬다.
*에비타(Evita)는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었던 에바페론의 별명.
그녀가 33세로 죽은 후에도 성녀로 추앙하기 위해서 국민들이 노력을 했다고 하니...
아직도 대통령궁에 그녀의 방이 있고, 죽은 후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듯 했다.
화려한 궁 내에서 사진도 찍고 겉은 분홍색이고 속은 황금색이던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까사 로사다(Casa Rosada: 분홍색 저택) 투어를 마쳤다!
레꼴레타 지역으로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먹은 아이스크림은 젤라또와 비슷한데 가격이 그~렇게 싸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더라ㅋ
마침 레콜레타(LECOLETA)지역에 주말이라 장이 열렸는데, 예술/공예 하시는 분들이 많이나와서
이것저것 팔고 있었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우리 둘다 결혼반지를 분실한 관계로.. 반지는 이제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살았었다.
남편은 봉사활동 가서 목욕봉사하다가 잠깐 배뒀는데 잃어버리고
나는 어디다 잃어버렸냐고 맨날 뭐라하다가;; 가방에 두었는데 그냥 사라졌다.
어쨌든 우리 결혼반지와 비슷한 디자인의 은반지가 있어서 눈길이 갔다. 그래서 결혼 2년 반만에 결혼반지를 새로 했다.
원래 결혼반지보다 약 80배 싼 가격으로 샀다..ㅋㅋ
손가락에 맞게 전문가의 손길로 미세하게 조절해주셨다ㅎㅎ
짠~! 이제 잃어버리지 맙시다ㅎ
여행 루트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결혼반지를 사고~ 레콜레타 공동묘지로
레콜레타 공동묘지를 많이 가는 이유는 묘지가 예술적으로 뛰어나고 에바페론의 무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묘지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공원처럼 사람들이 와서 책도 읽고 놀기도 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시신을 어떤식으로 처리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처럼 매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아의 경우에는 작은 관에, 성인은 큰 관에 침대처럼 만들어서 쌓아두었다.
그런데도 공동묘지에 냄새가 나거나 더럽지는 않았다.
에바페론의 무덤
33세의 어린나이에 자궁암으로 죽고 아르헨티나의 혼란한 정치로 인해
방부처리된 시체가 아르헨티나, 이탈리아를 떠돌다가 결국 이곳 가족묘에 안치되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에바페론 앞에서 사진도 찍고 애도했다.
죽은 후에도 이렇게 인기가 많을 수 있을까 싶었다.
새똥테러로 시작해서 결혼반지, 공동묘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리판(CHORIPAN) 소세지 핫도그로 끝난 스펙터클한 하루였다.
불안한 치안과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는 참 매력적인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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